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점유율 7.1%를 기록하며 드디어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게 반등의 시작일까요, 아니면 일시적인 착시일까요? 저는 삼성전자에 오래전부터 투자해온 사람으로서 이번 실적 반등이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선단 공정 수율 안정화와 2나노 수주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기 때문입니다. 올해 4분기 비메모리 부문에서 1,6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건, 그동안 파운드리 사업을 짓눌렀던 고정비 부담을 기술력으로 돌파했다는 증거입니다.
2나노 공정, 수율 안정화로 실적 개선 본격화
삼성 파운드리의 적자 탈출은 결국 선단 공정(Advanced Process) 수율이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선단 공정이란 회로 선폭이 10나노 이하인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뜻하는데, 이 공정에서 불량률을 낮추는 게 파운드리 수익성의 핵심입니다. 실제로 평택 파운드리 라인의 가동률은 지난해 50% 안팎에 머물렀지만, 올해 1분기 기준 60%를 넘어섰습니다(출처: 반도체산업협회).
저도 처음엔 "가동률이 오른다고 적자가 사라질까?"라고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실적을 뜯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수율 개선은 단순히 생산량 증가가 아니라 수익성 높은 제품 비중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된 엑시노스 2600이 2나노 공정 기반으로 출시되면서,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습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과 선단 공장 투자로 분기당 1조 원 수준의 적자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4분기 파운드리 매출이 전 분기 대비 6.7% 증가한 34억 달러를 기록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신규 2나노 제품 출하와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4(High Bandwidth Memory 4세대) 로직 다이 생산이 본격화된 덕분입니다. HBM4란 AI 연산에 필요한 초고속 메모리 반도체로, 기존 HBM3 대비 대역폭이 50% 이상 향상된 차세대 메모리입니다.
AMD 회동, 2나노 수주 가능성 높아지나
이재용 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고객사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지난 13일 유럽 출장에서 귀국한 직후, 오는 18일에는 AMD 리사 수 CEO와의 반도체 회동이 예정돼 있습니다. AMD는 AI 칩 시장 2위 기업으로, 엔비디아 다음으로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번 회동에서 구체적인 수주 계약이 나올 거라고 단정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TSMC의 2나노 웨이퍼 가격이 장당 3만 달러 수준으로 급등한 상황에서, 삼성이 2만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강력한 협상 카드입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이미 체결한 22조 8천억 원 규모의 AI 칩 공급 계약에 더해, 최근 웨이퍼 출하량을 2만 장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AMD와의 회동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HBM4 공급 확대 및 로드맵 조율
- 2나노 파운드리 위탁 생산 물량 및 일정
-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과 연계한 장기 공급 계약
퀄컴 역시 파운드리 이원화 전략에 따라 삼성의 2나노 도입을 적극 검토 중입니다.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한 빅테크 기업들에게 삼성의 2나노 공정은 TSMC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입니다(출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목표주가 32만 원, 낙관론에 숨은 리스크는?
증권가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2만 원까지 높여잡고 있는데, 과연 이 전망이 합리적일까요? 저는 장기 투자자로서 낙관론만큼이나 위험 요인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40조 원, 2분기 51조 원이라는 추정치는 분명 역대급 실적입니다. 여기에 16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주당 가치(EPS, Earnings Per Share)가 극대화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겪어본 바로는, 증권사 목표주가가 높아질수록 작은 악재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부품값 상승 압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낙관론만 믿고 투자하는 건 위험합니다. 일각에서는 중동이 차지하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비중이 미미하고 반도체 소재 공급망도 이미 다변화되어 실질적 타격은 없을 거라고 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변동성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삼성전자는 차기 갤럭시 S27 시리즈부터 엑시노스 2700 탑재 비중을 50%까지 높여 AP(Application Processor) 외부 매입 비용을 대폭 절감할 계획입니다. 여기서 AP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으로, 퀄컴 등 외부에서 사오던 부품을 자체 생산함으로써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는 전략입니다. 연간 13조 8천억 원에 달하는 AP 매입 비용을 줄이면 전사 이익률이 비약적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 매수 타이밍일까, 관망이 답일까
그렇다면 지금 삼성전자를 사야 할까요, 아니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할까요? 제 경험상 이런 고민이 들 때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를 좋게 보고 있다면, 불안함이 반영된 가격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2조 7천억 원 넘게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것도 중장기 우상향에 대한 시장의 믿음을 보여줍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삼성전자를 꾸준히 모아갈 계획입니다. 물론 TSMC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2나노 공정 경쟁이 언제 결실을 맺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삼성이라는 기업이 지금까지 보여준 기술 개발 의지와 투자 집행력을 신뢰한다면,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이번 주에는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중요 이벤트가 대거 예정돼 있습니다. 엔비디아 GTC 2024 행사, AMD CEO 회동, 마이크론 실적 발표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반도체 섹터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동성이 큰 시장일수록 냉정하게 팩트를 따지고,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게 장기 투자자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반등은 숫자로 증명되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진짜 승부는 고객사 수주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에 달려 있습니다. 목표주가 32만 원이라는 낙관론이 현실이 되려면, 기술력을 넘어 비즈니스 실행력까지 입증해야 합니다. 저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묵묵히 주식을 모아갈 생각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