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HBM에서 밀렸다는데, 정작 주가는 왜 오를까요? 저는 소액이지만 삼성전자와 우선주를 꾸준히 모으고 있습니다. 주가가 사이클을 타긴 하지만, 차곡차곡 쌓아두면 언젠가 보상받는다는 믿음이 아직 깨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배당도 분기마다 나오니 재미도 있고요. 다만 최근 급등 이후 전쟁 리스크까지 터지면서 주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지금이 과연 추가 매수 타이밍인지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AI 시대가 온다고들 하지만, 제가 체감하는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로봇이 보편화되려면 서버 증설과 연구가 더 필요할 텐데, 지금 삼성전자가 그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싶었습니다.
HBM 경쟁에서 밀렸다는 말, 정말 맞는 걸까?
SK하이닉스가 HBM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삼성전자가 뒤처졌다는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HBM 4세대에서 엔비디아 납품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죠.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을 조금 다르게 봅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란 D램 칩을 수직으로 층층이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를 일반 메모리보다 10배 이상 끌어올린 고대역폭 메모리를 뜻합니다(출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엔비디아 GPU 한 대에 HBM이 여러 개 들어가며, AI 연산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부품입니다.
그런데 HBM은 속도는 빠르지만 용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AI 모델이 점점 거대해지면서 용량 부족이 새로운 병목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CXL(Compute Express Link) 기술입니다. CXL이란 CPU, GPU, 메모리를 하나의 거대한 공용 메모리 풀로 묶어주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표준입니다. 쉽게 말해 레고 블록처럼 메모리를 무한정 추가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죠. 삼성전자는 이 CXL 기술의 핵심 특허와 기술 스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M이라는 단거리 달리기에서 앞서 나갔다면, 삼성전자는 CXL이라는 마라톤 코스를 먼저 설계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2024년 4분기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6%로 1위를 탈환했습니다. HBM 3e가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고부가 제품 비중이 늘었고, 업계 최대 생산능력(Capa)을 활용해 범용 D램 판매도 확대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D램 가격입니다. 4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45~50% 상승했고, HBM을 포함한 평균 계약 가격은 50% 이상 뛰었습니다(출처: 트렌드포스). 1분기에는 범용 D램 가격이 최대 95%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재고 사이클이 아니라 AI 인프라 확장이라는 구조적인 흐름 위에 있다는 증거입니다.
삼성전자가 밀렸다는 분석도 있지만, 제품 믹스와 물량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실적으로는 오히려 개선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HBM만 보는 시각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AI 생태계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
AI가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전기, 냉각, 메모리라는 세 가지 물리적 한계를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챗GPT 질문 하나를 던질 때마다 구글 검색보다 열 배 많은 전기가 소모됩니다. 2024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이 발표한 데이터센터 신규 투자 금액을 합치면 500조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전력망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AI 때문에 전기가 모자르게 될 시대가 온 겁니다.
빅테크들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폐쇄됐던 펜실베이니아 3마일섬 원전을 재가동시켰고, 구글은 소형 원자로 회사와 장기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습니다. 아마존은 원전 부지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SMR(Small Modular Reactor), 즉 소형 모듈 원자로입니다. SMR이란 기존 원전보다 작고 안전하며, 건설 기간이 10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 차세대 원자력 발전 시설을 의미합니다.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지을 수 있어 송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SMR 관련 업체에 조용히 투자했습니다.
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기를 손실 없이 전달하는 송전·변압 장비도 핵심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같은 기업들이 2024년부터 수직 상승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AI 메모리를 팔면, 그 메모리가 들어간 서버를 운영하려면 전기가 필요하고, 그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기기 수요가 폭등합니다. 삼성전자의 성장은 혼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입니다.
다음은 냉각 문제입니다. 엔비디아 최신 칩 블랙웰 B200은 소비 전력이 무려 1,000W입니다. 선풍기 100개를 동시에 켜는 것과 같습니다. 이 열을 어떻게 식힐까요? 엔지니어들이 내놓은 해법은 충격적입니다. 그냥 담가버리자는 것이죠.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이란 서버 전체를 특수 제작된 비전도성 액체 속에 통째로 담그는 냉각 기술입니다. 이 액체는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열전도율이 공기보다 1,200배나 높습니다. 에어컨도 필요 없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올라갑니다. 2030년까지 액침 냉각 시장 규모가 3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만드는 HBM과 D램이 액침 냉각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하도록 수년 전부터 설계 스펙을 바꿔왔습니다. 단순히 좋은 부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 인프라의 표준을 자신들의 제품에 맞게 먼저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는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열을 다스리는 자가 AI 제국을 다스립니다.
삼성전자는 에너지, 냉각, 메모리, 파운드리, 최종 소비자 기기라는 다섯 개의 고리를 모두 가진 유일한 기업입니다. 애플은 기기와 칩을 가졌지만 메모리와 파운드리가 없습니다. 엔비디아는 칩 설계를 가졌지만 제조가 없습니다. TSMC는 파운드리를 가졌지만 최종 기기가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모든 것을 갖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공개된 갤럭시 S25는 인터넷 연결 없이 내 손 안에서 AI가 직접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의 전초기지입니다. 온디바이스 AI란 클라우드 서버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기술로, 프라이버시 보호와 응답 속도 개선에 핵심적입니다.
저는 이 생태계 전체를 보면서 삼성전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AI라는 광산에서 삽을 팔아 돈을 버는 회사라면, 삼성전자는 그 광산 전체 지형도를 그리고 도로를 깔고 전기를 연결하는 회사입니다.
지금 주가, 그리고 앞으로의 실적 전망
2024년 4분기 범용 D램 가격이 45~50% 상승했고, 1분기에는 최대 95% 급등 전망이 나왔습니다. 삼성전자 실적만 보면 밖의 대외 이벤트와 상관없이 상당히 좋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수주와 반도체 가격을 보면 1분기 실적은 견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하반기입니다. AI 성장 속도가 둔화될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일부 증권사에서는 내년도 실적이 올해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다만 저는 지금 주가가 너무 급등한 감도 있다고 봅니다. 실적 발표가 되면 기대를 많이 뛰어넘지 않는 한, 기대 수준에 미치는 결과가 나와도 주가는 오히려 소폭 하락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예기치 못한 전쟁 리스크로 주가가 많이 무너져 내렸는데, 이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저는 분할로 모아갈 계획입니다.
주변에서는 "지금이 환희의 구간이다, 슬슬 팔아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점심시간 식당에서도, 명절 가족 모임에서도 삼성전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인간 지표가 켜질 때 조심하라는 격언도 있죠. 하지만 저는 지금 삼성전자의 상승이 단순한 분위기 상승이 아니라고 봅니다. 오랫동안 짓눌려 있던 악재들이 하나씩 해소되고, 그게 숫자로 증명되기 시작하는 구간입니다.
HBM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우려, 파운드리 적자 문제, 엔비디아 납품 이슈. 이 악재들이 반영되고 또 반영된 게 6만 원대 바닥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악재들이 걷히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고점이 아닙니다. 때로는 분위기가 좋아지는 게 진짜 상승의 시작인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AI 시대가 도래한다고 하지만, 제가 체감하는 건 조금 다릅니다. 새로운 로봇들이 보편화되려면 서버 증설이나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합니다. AI 수요와 현재의 보편화를 위해 진행된 AI 업황 상황, 서버 증설 상태 등 다양한 현재 상황을 알아야 수요에 맞게 AI 생태계가 얼마나 차질 없이 만들어지느냐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판단을 내리려면 계속적인 상황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앞으로도 계속 점검하면서 분할 매수 전략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삼성전자가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업앤다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전한 자산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저는 배당의 재미도 느끼고 있고, 현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도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지금은 조정장이지만, 조정받는 종목의 저가 매수가 들어가야 할 때라고 봅니다. 반도체 사이클은 여전히 견조하고, 3월 중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외국인 자금 재유입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09bcx1wQpbA?si=yxkdaUOhXicDqfzo, https://youtu.be/qZSlnr5d-ek?si=2gK-tFhhtJsoMxAq, https://youtu.be/TBELGdeE9ec?si=wbL1pTmQpZlLCj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