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간 제 ISA 계좌를 열어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반도체 종목들이 연일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매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이번 하락이 펀더멘털 악화 때문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3월 한 달간 삼성전자는 22.8%, SK하이닉스는 23.9% 빠졌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5,100조 원대에서 4,100조 원대로 약 1,000조 원이 증발했죠. 하지만 이런 급락 뒤에는 언제나 기회가 숨어 있다는 것을 저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동리스크와 환율이 만든 완벽한 폭풍
반도체 주가가 이렇게 급락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였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증시에 리스크 오프(Risk-off) 심리가 확산됐죠. 여기서 리스크 오프란 투자자들이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회피하고 현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저도 이 시기에 연금저축 계좌에 담아두었던 장기채권과 금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며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은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식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부터 매도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환율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이중고가 됐죠. 주가가 하락하는데 환차손까지 발생하니 한국 주식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하락은 실적 악화가 아닌 외부 요인 때문이었고, 이는 곧 회복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의미였습니다.
레거시 반도체 가격 하락과 터보퀀트 논란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구글의 터보퀀트 기술이 반도체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터보퀀트란 기존보다 훨씬 적은 연산량으로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이슈가 과대평가됐다고 봅니다. 과거 딥시크 논란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AI 메모리 수요는 꺾이지 않았거든요.
더 본질적인 문제는 D램(DRAM)과 DDR 메모리 같은 레거시 반도체의 현물가 하락이었습니다. 1~2월에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를 대폭 상향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격 상승은 수요 증가보다는 공급 조절 때문이었죠.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을 위해 기존 설비를 전환하면서 레거시 제품 공급이 줄어든 겁니다. 여기서 HBM이란 AI 연산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메모리 칩을 여러 층으로 쌓아 만든 고성능 반도체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올랐던 레거시 가격이 3월부터 5~10%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구간에서도 보유 중인 반도체 주식을 팔지 않았습니다. 단기 가격 변동보다 장기 펀더멘털을 더 중요하게 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빅테크 4사(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의 2025년 AI 설비 투자는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한 약 천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KB증권).
주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추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2월: D램 현물가 급등 (공급 부족)
- 3월 초: 고점 대비 5~7% 하락 시작
- 3월 말: 추가 5
10% 하락으로 총 1015% 조정
박스권 매매와 분할 매수 전략
지금 같은 시기에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저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첫째, 펀더멘털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보유를 유지합니다. 둘째, 현금을 일부 남겨두고 추가 하락에 대비합니다. 코스피가 5,000~5,200포인트 박스권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많은데, 저 역시 비슷하게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박스권이란 주가나 지수가 일정 범위 내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횡보하는 구간을 의미합니다.
박스권 장세에서는 하단에서 매수하고 상단에서 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간에서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박스권이 끝나고 상승 추세가 재개되면 다시 대형주가 주도주로 복귀하죠. 그래서 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코어 포트폴리오로 유지하면서, 일부 자금으로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에 분산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재 코스피의 PER(주가수익비율)은 최근 5~7년 중 최저 수준입니다. PER이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신호입니다. 2025년 1분기 코스피 기업들의 예상 순이익은 126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실적은 좋아지는데 주가는 떨어졌다는 건 기회라는 뜻이죠.
다만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을 시사했다가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거든요. 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현금 비중을 30% 정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추가 하락이 나와도 분할 매수할 여력을 남겨두는 거죠.
중동 리스크가 일단락되면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반등할 종목은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일 겁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 발표도 4월 초에 예정돼 있어, 실적 서프라이즈가 나온다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제 목표가의 60% 정도를 채웠고, 나머지 40%는 5,000포인트 아래에서 추가 매수할 계획입니다.
물론 제약 바이오처럼 변동성이 큰 섹터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천당제약의 하한가 사태를 보면서, 저는 여전히 반도체 섹터의 안정성이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4~5월 학회 시즌에 바이오 종목이 단기 급등할 수는 있지만,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반도체가 더 신뢰할 만하다고 봅니다.
결국 지금은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파는 투자 격언을 실천할 적기입니다. 저는 이번 조정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장기 보유 가능한 우량주를 추가로 확보하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시장이 언제 반등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반등이 시작되면 이미 늦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분할 매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