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나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누구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 상식이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이번에 몸으로 배웠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코스피는 연일 흔들렸고, 저처럼 삼성전자를 비중 있게 모아왔던 투자자들은 수익이 눈앞에서 증발하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지금 이 글은 전황을 정리하면서, 그 안에서 제가 실제로 겪은 심리와 판단을 솔직하게 되짚어 본 기록입니다.

트럼프의 말바꾸기, 시장은 왜 더 이상 안 흔들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 내내 발언을 수시로 바꿨습니다. "2주 안에 끝낸다"고 했다가 "아직 리스트가 남아 있다"며 공격을 이어가는 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발언 하나하나에 시장이 크게 반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반응이 무뎌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매일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양치기 소년 효과가 실제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말을 너무 자주 바꾸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이 학습을 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종전 선언 발언은 강력한 호재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트럼프의 대국민 연설 이후 오히려 국장(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무너진 반면, 미장(미국 주식시장)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비대칭적 반응이 저는 좀 씁쓸했습니다. 연설 내용은 기존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격양된 어조와 "2~3주 더 공격하겠다"는 발언이 더해지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결과가 된 겁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발언이 지지층 결집(rally effect)을 노린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지지층 결집이란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서 강경한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핵심 지지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정치 전략을 말합니다. 전쟁 상황에서 경제적 합리성보다 정치적 계산이 먼저 작동한다는 점,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정전 vs 휴전, 이란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이유
이번 협상에서 핵심은 사실 조건의 내용이 아니라 '정전이냐, 휴전이냐'의 형식 문제입니다. 이란은 일관되게 정전(ceasefire treaty)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휴전(ceasefire agreement)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정전이란 전쟁 자체를 법적·외교적으로 종료하는 것이고, 휴전이란 전투 행위를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입니다. 즉, 휴전 후에는 언제든 다시 전쟁이 재개될 수 있습니다.
이란 입장에서 이 차이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휴전 후 재개전이 반복되는 패턴에서 이란의 군사력과 경제 기반은 버텨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도 "정전이 아니라면 멈추지 않겠다"고 버티는 건 허세가 아니라 냉정한 생존 계산입니다.
협상의 또 다른 핵심은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 문제입니다. 탄도미사일이란 발사 후 포물선 궤도로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하는 미사일로, 사거리와 수량이 이번 협상에서 최대 쟁점입니다. 미국은 이란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1,000km 이하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이스라엘까지의 직선 거리를 사실상 제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란은 이를 중동 내 자국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두 조건이 좁혀지지 않는 한 종전 협상은 겉돌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란의 5대 협상 조건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군의 이란 관련 지역 완전 철수
- 경제 제재(sanctions) 해제 및 동결 자산 반환
- 탄도미사일 개발 주권 인정
- 전쟁 피해 배상
-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불간섭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한국이 왜 불안한가
이번 분쟁에서 제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사실 전쟁 자체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였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이 곳을 통과합니다. 이란이 이 해협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은 석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원유 수입 중 중동 비중은 약 72%에 달합니다(출처: 한국석유공사).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 비용이 급등하고, 그 충격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집니다. GS칼텍스처럼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정유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문제를 "각국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 발언은 저는 무책임함을 넘어 계산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미국은 셰일가스(shale gas) 자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호르무즈 봉쇄의 직접적 피해자가 아닙니다. 여기서 셰일가스란 퇴적암 지층에서 추출하는 비전통 천연가스로, 미국은 이를 자국에서 대량 생산해 에너지 자립도가 높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1차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입니다. 이 부분이 이번 사태에서 정말 화가 났습니다.
전쟁 장기화 국면, 삼성전자와 내 계좌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제 경험상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건 '빠른 판단'입니다. 저도 이번에 저가에 샀다가 다음 날 더 큰 공포에 휩쓸린 적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조금 올랐을 때 "더 살걸" 하고 후회한 적도 있고요. 이 심리적 진폭이 결국 잘못된 매매로 이어진다는 걸 예전에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엔 버티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꽤 높아 보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에는 직접 외교 채널이 사실상 단절되어 있고, 이스라엘은 협상이 타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구도입니다. 실제로 이란 측 협상 채널을 담당했던 인물의 건물이 폭격을 받은 사건은 협상 무산을 노린 타겟 킬링(targeted killing)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여기서 타겟 킬링이란 적대국이나 적대 세력의 핵심 인물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군사·정보 작전을 말합니다.
이란-미국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 경로는 단순히 유가 상승에 그치지 않습니다.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헬륨(helium) 가스의 주요 공급처인 카타르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물량을 내보내는데, 이 공급망이 흔들리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도 원자재 조달 비용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국내 물가와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전쟁이 몇 달 더 지속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면, 오히려 명확한 바닥권을 확인한 뒤 저점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기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내려는 충동을 이겨내는 게 전제입니다. 저는 그 충동에 진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조금 다르게 가보려 합니다.
전쟁이 끝나는 시점이 언제든,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이 훼손되지 않았다면 주가는 회복합니다. 여기서 펀더멘털이란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 부채비율 등 실질적인 사업 체력을 나타내는 재무 지표들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의 실적에 구조적 문제가 생긴 게 아닌 이상, 지금 손절 대신 버티는 선택이 더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을 공유한 것입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vCptbpRByk, https://www.youtube.com/watch?v=PdJoxpEZzxw